난 고승덕이 싫다


난 고승덕이 싫다. 고승덕형 인간도 싫다. 내가 가지지 못한 점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점도 일부 인정한다. 그러나 다른 이유 때문에 더 싫다.

고승덕은 모든 시험 대상에 대해서 10번을 보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고 한다. 한 번 아홉 번을 보고 시험을 보러 갔다가 떨어졌단다. 나는 한 번 보는 것이 목표다. 시간이 남으면 두 번 본다. 세 번은 보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고승덕은 고시 준비 시절 도시락을 항상 죽으로 싸갔다고 한다. 그는 그의 자서전을 통해 그 이유를 밥을 입에 넣고 혀에서 침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밥을 적셔서 씹는 시간이 아까워서라고 밝혔다. 결국 행시, 사시, 외시 모두 전무후무한 기록(최연소, 수석, 차석)을 세우며 합격했다. 그리고 서울대, 예일대, 하버드대 세 개 대학에서 법학 석사,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아마 서울대 재학시절에도 학점이 4.0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을 것이다. 아마 돈도 많이 벌었을 것이고 현재는 사회적 지위도 높아졌을 것이다. 아마 그는 꽤 예쁜 여자와 결혼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그가 싫다. 밥 먹을 시간도 아까운 사람이 연애 한 번 해봤을까? 밥을 씹는 시간이 아까운데 여자 친구의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 편지 한 통에 가슴아파할 시간은 아마 아까워 미치지 않고서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친한 친구와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고 홀로 소주 한잔을 걸칠 시간은 있었을까? 시험을 준비하는데 10번 넘게 보는데 문학책을 보며 생각할 시간은 있었을까? 아마 인간과 신,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에 책을 한 번 더 봤을 것이다. 양치질할 시간도 없어서 이를 안 닦거나 양치하면서도 책을 봤을 수도 있다. 그가 만약 예비법관으로서의 넘치는 사명으로 그렇게 공부를 했을 것이라는 옹호자들의 반박도 있을 수 있다. 근데 왜 외시랑 행시는 왜 봤는가? 서울대 법대 석사면 됐지, 아니 더도 말고 예일대 석사면 됐지 왜 하버드는 왜갔는가? 동일 학문 석사 학위만 세 개 딸 필요는 뭐있는가? 신기록 제조기라는 칭찬을 듣고 싶어서? 2000년대에 스펙쌓기 붐이 일 것을 미리 예측하고 그 귀감이 되려고? 아마 그는 참 착실하게 공부했을 것이다. 그의 자서전에서 그는 여러 가지 일이 복합적으로 있을 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과, 안 해도 되지만 중요한 일 중에서 후자를 먼저 한다고 했다. 전자는 결국 하게 되어있으므로 후자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이 일인가보다. 결혼도 일이고 사랑도 일이고 교우관계도 일이고 정치도 일이다. 하물며 밥 먹는 것까지 일이겠는가. 아마도 그는 참 착실한 사람일 것이다. 착실히 공부하다 착실히 결혼하고 착실히 살다가 아내는 착실히 바람날 것이고 착실히 암에 걸려 착실히 죽을 것이다.

문학 강의를 듣다가 옆에 있는 어린 여학우를 눈여겨 보았다. 교수님의 명강의를 들으면서 인간에 대해 심도있는 생각을 하고 있을 시간에 그녀는 마치 깜지를 만들 듯 빽빽이 필기를 하고 있었다. 인간 녹음기가 따로 없었다. 교수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사색의 대상이 아닌 암기의 대상인 것 같았다. 지식의 단절과 지속에 대해 에리히 프롬이 얘기했다지만, 그녀는 교수님께서 전달하시는 연속된 지식을 깨알처럼 잘게 단절시켜 외우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지식은 절대 지속될 수 없다. 아마 4.5가 빽빽이 적힌 성적표를 받는 순간 그녀의 단절된 지식은 바다에 버리는 뼛가루처럼 공기 중으로 아름답게 산화될지 모른다. 그녀는 고승덕형 인간인가보다. 난 고승덕의 마누라가 미스코리아 동생일 지라도 그가 부럽지 않다. 그가 밥 씹는 시간 아까워하면서 고시 공부할 때 나는 연애 한 번 더할 것이고 가슴 한 번 더 아플 것이다. 그는 지금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다.(나는 한나라당을 그다지 싫어하지는 않지만 적군을 더 만들고 싶은 생각에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므로) 나는 착실히 오래오래 살 고승덕보다 현실을 비관하고 자살한 벤야민이 더 좋다. 벤야민은 1940년경 죽었다. 고승덕의 사망 날짜는 가족 외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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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인간 | 2008/11/02 18:27 | 잡담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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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nim at 2008/11/03 09:40
그는 일찌거니 이혼을 했고,

사랑의 이름으로 재혼을 했을 뿐이고,

벤야민의 제삿날을 나같은 이는 모르는 거고 ..... ㅋ


20대의 비약은 ...아름답고나 ^^
Commented by 안개인간 at 2008/11/04 22:43
한 문장에 두 개의 중의를 담는 누나도요ㅎㅎ
Commented by 성명진 at 2008/12/04 18:01
글 잘쓴다

넌 작가다

선택이 아니고 의무다

잘지내지?
Commented by 안개인간 at 2008/12/05 13:31
나야 이렇게 저렇게 지내지만.. 미국 생활은 어때? 전화라도 가끔 주렴ㅎㅎ
Commented by 류현 at 2008/12/10 00:44
벤야민이 1974년에 죽었다구요? 제가 아는 발터 벤야민이 맞다면 그는 그보다는 훨씬 일찍 죽었을 텐데요..
Commented by 안개인간 at 2008/12/10 12:47
에고..잘못 적었네요
Commented by 나그네 at 2009/01/16 02:04
남의 인생에 대해 막말이 지나치네요. 그 분이 일을 하느라 다른 일들에 소홀하든 말든, 글쓴분이 그렇게 막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치면 고승덕 교수님이 봤을 때 님은 다른 여러가지 일에 휩쓸리느라 멋진 커리어 한 번 못 만드는 무능한 분이겠군요.
Commented by 지나가는어른 at 2009/02/20 02:10
이런걸 자기합리화라고 하죠?
Commented by 안개인간 at 2009/02/27 18:33
고승덕 씨에 대한 생각은 글 썼을 당시와는 조금 바뀌었습니다만, '종래 능력이라는 것의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논점조차 파악하시지 못하는 분들은 그냥 지나가시던 대로 지나가 주셨으면 하네요. 다른 사람의 사적인 공간에 익명으로 찌질거리지들 말구요. 답글 다신 분이 '어른'이건 '어르신'이건 제 알 바는 아니죠.
Commented by pax at 2009/05/23 23:41
정말 공감합니다. 고승덕 류의 인간들이 주변에 참 많죠..그런 세계관과 사고방식 또한 만연하고 사회는 그것을 권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저역시 이런 공기가 불편해서, 제 주변사람들이 불완전한 고승덕들보다 fogman님과 같은 분들로 채워지기를 원해봅니다..
Commented by 저기.. at 2009/07/04 22:33
지나가다 들렀는데..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거고 자기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데로 살면 되는것이죠... 다른사람의 삶이 위험하지만 않다면 살고싶은 방식대로 놔두는게 좋을듯 싶어요...
Commented by 안개인간 at 2009/07/06 00:25
네, 저도 동의합니다. ^^
Commented by WW at 2009/07/04 23:18
뭐가요? 찔려요? 자기합리화 맞잖아요?
왜요? 논점이 있다면, 그 논점만 간단하게 적었어도 됬을텐데요.
굳이 열등감의 표출로 밖에 안보이는 글은 왜 군데군데 끼워놓았는지 참 아이러니입니다~

저는 참~ 당신같은 인간들 많이 봐왔어요. 열등감의 표출을 어쩔 줄 몰라,
논리적으로 합리화시키려고 그들은 대단한게 아니고 멍청한 거라고 표현하는 부끄러운 존재들 ㅎㅎ..

그러는 당신은 고작 여자친구한테 문자 몇통 보내려고 청춘을 그렇게 아깝게 허비하셨네요?
참 대단하세요.. 근데 왜 꼭 젊었을 때 연애를 해야하는지도, 연애가 꼭 필수는 아닌데 안했다고
비난받아야하는지도 모르겠는데요? 아.. 그런데 님이 그렇게 여자친구랑 놀고 사랑하고 문자보내고
그러고 시시덕거릴때 고승덕교수님은 공부하셨어요 ㅎㅎㅎ.. 공부하셨으니까 사람들이 존경하는거죠.
아니면 고승덕을 비판하는 당신은 얼마나 잘났길래요? 고승덕 교수님보다 유명하세요 당신이?

교수님보다 한없이 미천하면서 '주제도 모르고' 이런 말 하는거 보니 우습네요 ㅎㅎㅎㅎㅎ

실제로 교수님한테 앞에서서 이런식으로 비난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교수님도 바보가 아닌데..
논리적으로 빗밭아치시면 어쩌려고..
Commented by 안개인간 at 2009/07/06 00:28
미천하고 부끄러운 존재라서 한없이 죄송하네요.. 반성의 뜻으로 ww님께 사이트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http://124.137.201.223/main.jsp
Commented by Soulmate at 2009/07/26 23:12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너무 판단 하신 것 같네요..

고승덕씨는 스스로 얘기했습니다.

뭘해야 할지 몰랐다고, 가능성을 믿어본거라고,

그래서 최고의 자리를 가고싶었던 거겠죠.

고승덕씨도 그 시기를 보내며 자신이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여러 강의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했던 분명한 이유도요

고승덕씨가 외모 컴플렉스가 있었다는건 알고 쓰신거겠죠..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것을 인정하는것과

달라서 싫다고 하는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그것도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정확히 알아본것도 아니면서

마치 다 아는양 그럴것이다 라는 전제하에 남의 인생을 너무 비하시킨듯한 느낌이 드는 글입니다.

죽을만큼의 노력을 해보셨나요.

고승덕씨는 이렇게 죽을만큼의 노력을 하고자 하는 여러 청소년들에게 좋은 롤 모델로써 보여지고 계십니다.

만약 사고가 미숙한 청소년이 이 글을 읽었을때

그렇게 사는 인생이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될까 염려되네요.




Commented by 피플스피플 at 2009/08/07 16:55
개인적으론 공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승덕씨 자신도 말했지만 외모 컴플렉스가 있고 재주가 없어서 연애 쪽으로 잼뱅이라고 밝힌 부분이 있습니다. 알고보면 그 분도 글쓴 님과 같이 인간입니다. 그래서 고승덕 씨는 공부 쪽으로 더 팔 수 있었고 성욕과 연애욕을 성취욕으로 승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이 단순히 독하고 인간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식으로 공부하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것보단 자기가 가진 거에서 그리고 장래를 위해서 그런 식으로 독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고승덕 씨의 사고방식은 좋아하지 않고 솔직히 비호감에 가깝습니다만 글쓴 님의 생각이 너무 그의 노력을 자기의 기준으로 폄하하지 않았나 싶어서요. 정말이지 그 분은 미친듯이 노력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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